변시지 아틀라스WORKS · FŪDO · LANGUAGES
한라산 · 1987
변시지, 〈한라산〉, 1987

작품 100/FŪDO 009

FŪDO 009 · 1987 · 제주 중기 · 에세이

한라산

Hallasan

기본 정보

식별번호FŪDO 009
제목한라산Hallasan
제작연도1987

짧은 해설

풍경은 사람 뒤의 배경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온 자세다.

작품 글 · 에세이

글 변정훈

온 화면이 노랗다.
위에는 둥근 고리 같은 해가 떠 있고, 그 아래로 산줄기가 검은 선 몇 개로 겹쳐
누웠다. 한라산이다.
봉우리의 높이도, 골짜기의 깊이도 그는 자세히 그리지 않았다. 산을 다 그리지
않아도 산은 온전히 서 있다.
언덕 아래 초가 한 채가 낮게 엎드려 있고, 돌담이 그 둘레를 감싼다. 그 앞에 말 한
마리와 등 굽은 사람 하나.
말은 고개를 숙이고, 사람은 허리를 굽히고, 초가는 더 낮아져 바람을 받아낸다. 낮은
것들이 서로 곁을 지키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굽어 있다.
산만이 굽지 않는다. 천 년 전에도 그 자리에 있었고, 오늘도 같은 자리에 있다. 굽은
것들은 그 큰 침묵에 기대어 산다.

그는 제주를 설명하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선 하나를 그었을 뿐이다.
사람을 자세히 그리지 않아도, 그가 견딘 날들이 보인다.
이곳에서 풍경은 사람 뒤의 배경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온 자세다.

관계 지도 · 제주 중기 전반 · 마른 풀잎색의 완성

한라산은 사람 뒤의 배경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온 자세를 규정하는 큰 몸이다. 산·땅·인물의 색이 하나로 가라앉으며 풍경과 존재의 경계가 약해진다.

제주의 표면색을 옮기는 데서 벗어나, 햇빛·바람·노동·시간이 함께 밴 하나의 회화적 색으로 나아간다.

생애·시간

  • 1975제주 정착 이후 독자적인 제주화풍을 모색.
  • 1987〈한라산〉 제작.
  • 1985–1987검은 태양·빈집·산·노년의 도상이 기억과 동행의 서사로 확장.

34개 언어 작품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