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100/FŪDO 091
회상
Recollection
기본 정보
| 식별번호 | FŪDO 091 |
|---|---|
| 제목 | 회상Recollection |
| 제작연도 | 1988 |
짧은 해설
가장 사랑한 것이 가장 흐릿하게 남는다. 말은 지워진 것이 아니라 내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작품 글 · 시
글 변정훈
그 말은 늘 거기 있었다. 돌담 옆에, 초가 곁에.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밭을 갈 때 나란히 걸었고, 아이가 울면 고개를 돌려 보았고, 비가 오면 같은 처마
아래 숨을 쉬었다.
한 번도 안아본 적 없다. 한 번도 이름 불러본 적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다.
너무 매일 보아서, 보고 있다는 걸 몰랐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있다는 걸 몰랐다.
그러니까 그리려 하면 붓이 멈추는 거다. 짙게 그리면 그건 내가 아는 말이 아니다.
그리지 않으면 그 말이 이 세상에 없었던 게 된다.
오래 망설이다 희미하게 그렸다. 배경 속에 스며들 듯.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그만큼만.
그게 맞다. 기억이란 원래 그런 농도다.
가장 사랑한 것이 가장 흐릿하게 남는다. 가장 오래 곁에 있던 것이 가장 먼저 윤곽을
잃는다.
지운 게 아니다. 말이 스스로 내 안으로 걸어 들어온 것이다. 눈으로 너무 깊이
들어와서, 잘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내가 숨 쉴 때마다, 그 말도 숨을 쉰다.
관계 지도 · 제주 중기 후반 · 그리움·이별·답하지 않는 침묵
가장 사랑한 것은 가장 선명하게 남지 않는다. 말의 형상이 흐려질수록 기억은 화면 밖으로 사라지는 대신 화가의 몸과 시간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갈 수 없는 거리와 부를 수 없는 이름을 지우지 않은 채, 말보다 오래 지속되는 침묵의 관계를 만든다.
- 그리움과 이별의 넓은 여백
- 회상
- 말
- 흐릿한 형상
- 사랑
- 내면의 기억
이야기·연구
- 이야기 03내 기억만큼만
- →화가와 풍토
- →바람의 백년
- →휘어진 몸의 도상학
생애·시간
- 1975제주 정착 이후 독자적인 제주화풍을 지속적으로 심화.
- 1988〈회상〉 제작.
- 1988–1990폭풍·회상·귀로·생활의 도상이 기억과 귀환의 서사로 확장.
34개 언어 작품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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