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아틀라스WORKS · FŪDO · LANGUAGES
좌도 빈집, 우도 빈집 · 1997
변시지, 〈좌도 빈집, 우도 빈집〉, 1997

작품 100/FŪDO 061

FŪDO 061 · 1997 · 제주 후기 · 에세이

좌도 빈집, 우도 빈집

Empty House on the Left, Empty House on the Right

기본 정보

식별번호FŪDO 061
제목좌도 빈집, 우도 빈집Empty House on the Left, Empty House on the Right
제작연도1997

짧은 해설

삶은 두 집 사이 비어 있는 자리 하나를 골라 자기의 온기로 채워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작품 글 · 에세이

글 변정훈

하늘 높은 곳에 해 하나가 떠 있다. 멀리 바다에는 배 한 척. 가운데에는 오래
움직이지 않은 바위섬. 그 비탈에는 말 한 마리가 혼자 서 있다.
아래에는 집이 둘이다. 한 집은 문을 닫고 지나간 날들을 품고 있다. 다른 집은 안을
비운 채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을 기다린다.
두 집을 두른 돌담은 서로 이어지다가 갈라지고, 막아선 듯하다가 다시 길을
내어준다.
그 사이로 노인 하나가 지팡이를 짚고 걸어온다.
해는 떠 있고, 바위는 머물고, 말은 기다리고, 집은 비어 있다.
오직 노인만이 걷는다.
어느 집이 옳은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닫힌 문 안에도 삶이 있고, 열린 빈방
안에도 아직 살아보지 않은 시간이 있다.
노인은 갈림길 앞에 선다. 그러나 길은 처음부터 길이었던 것이 아니다.
그가 한쪽으로 몸을 옮기는 순간, 한 줄의 길이 생기고, 빈집 하나가 비로소 그의
거처가 된다.
삶은 주어진 답을 찾는 일이 아니다. 두 집 사이 비어 있는 자리 하나를 골라 자기의
온기로 채워가는 일이다.

관계 지도 · 제주 후기 · 생존과 다시 이어진 길

좌우의 빈집 사이에 사람이 살아갈 하나의 빈자리가 남는다. 삶은 완성된 거처를 얻는 일이 아니라 비어 있는 자리를 자신의 온기와 기억으로 조금씩 채우는 일에 가깝다.

거친 바다·빈집·난무하는 바람 속에서 끊어질 듯한 선이 다시 이어지고, 생존이 영웅적 승리보다 작은 지속으로 나타난다.

생애·시간

  • 1975제주 정착 이후 제주화의 독자적 형식을 지속적으로 심화.
  • 1997〈좌도 빈집, 우도 빈집〉 제작.
  • 1996–1998생존·빈집·끊어진 길이 후기의 비움과 지속으로 전환.

34개 언어 작품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