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아틀라스WORKS · FŪDO · LANGUAGES
폭풍의 바다 · 1993
변시지, 〈폭풍의 바다〉, 1993

작품 100/FŪDO 020

FŪDO 020 · 1993 · 제주 중기 · 시

폭풍의 바다

The Sea in Storm

기본 정보

식별번호FŪDO 020
제목폭풍의 바다The Sea in Storm
제작연도1993

짧은 해설

눕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다. 다시 일어날 힘을 땅에 남겨두는 일이다.

작품 글 · 시

글 변정훈

바람이
한 그루 나무를 다 기울였다.
가지도 잎도
모두 한쪽으로 쏠렸다.
들풀은
흰 줄이 되어 눕는다.
한 포기도 거스르지 않고
같은 쪽으로.

말 한 마리와
노인 한 사람이
서로 몸을 가까이한 채 서 있다.
말의 온기가 사람에게 건너가고,
사람의 손이 말의 목에 얹힌다.
초가 한 채는
돌담 안에 몸을 낮춘다.
눕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다.
바람에 몸을 맡기는 법이다.
풀은 눕고
나무는 휜다.
노인은 말의 곁에서
끝내 발을 땅에 붙인다.
바람이 멎으면
풀은 다시 일어난다.
한 포기도 빠짐없이,
누웠던 그 자리에서.
견딘다는 것은
쓰러지지 않는 일이 아니라,
다시 일어날 힘을
땅에 남겨두는 일.

관계 지도 · 제주 중기 후반 · 폭풍과 그 이후의 기억

폭풍의 바다에서 몸을 낮추고 눕는 것은 지는 일이 아니다. 다시 일어날 힘을 땅과 몸 안에 남겨두기 위한 풍토적 자세다.

폭풍의 한복판뿐 아니라, 지나간 사건이 땅·사물·몸의 기울기에 남기는 기억을 따라간다.

생애·시간

  • 1975제주 정착 이후 독자적인 제주화풍을 지속적으로 심화.
  • 1993〈폭풍의 바다〉 제작.
  • 1993–1995그리움·고독·빛의 형상이 더 간결한 화면으로 응축.

34개 언어 작품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