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아틀라스WORKS · FŪDO · LANGUAGES

Chapter 03 · When Wind Became Form

노동하는 몸은 풍토의 기록이다

해녀, 밭, 까마귀, 빈 배, 마른 풀잎색

온라인 전시/제3장

제주를 그린다는 것은 섬의 모양을 그리는 일이 아니라, 그곳에서 오래 견딘 몸의 자세를 그리는 일이었다.

1979년 전후의 화면에서 노동은 영웅적 장면으로 과장되지 않는다. 해녀의 기울어진 몸, 사람과 말이 땅에 잠기는 밭갈이, 판단하지 않고 곁에 머무는 까마귀, 사람 없이 돌아온 빈 배가 삶의 무게를 드러낸다. 그 시간은 마침내 마른 풀잎색이라는 회화적 언어가 된다.

해녀 1979

FŪDO 040 · 1979

해녀

Haenyeo

  • 제주 초기
  • 바랜 끝의 깊이

흰 물결 가까이 한 해녀가 몸을 비스듬히 눕힌다. 살갗과 모래, 바다가 바랜 한 빛 속에서 서로의 경계를 내어준다.

바다에서 돌아온 몸은 모래와 물결의 바랜 빛 안에 잠시 무게를 내려놓는다.

밭갈이 1979

FŪDO 042 · 1979

밭갈이

Plowing

  • 제주 초기
  • 마른 풀잎색

흐릿한 붉은 해 아래 사람과 말이 마른 들판을 간다. 몸의 윤곽은 흙과 풀의 색에 잠겨 땅의 움직임과 하나가 된다.

사람과 말은 땅을 소유하지 않고, 노동을 통해 그 결 안으로 들어간다.

까마귀와 나 1979

FŪDO 060 · 1979

까마귀와 나

The Crow and I

  • 제주 초기
  • 판단하지 않는 타자

땅에 길게 누운 사람 가까이 까마귀 한 마리가 머문다. 위와 아래의 차이는 있지만 두 존재 사이에는 심판보다 조용한 응시가 놓인다.

말이 끝난 자리에서 까마귀는 설명하지 않고 고독 곁에 머문다.

선착장 1979

FŪDO 078 · 1979

선착장

The Jetty

  • 제주 초기
  • 귀환한 부재

검은 선착장 아래 사람이 타지 않은 빈 배가 도착해 있다. 선착장 위에는 기다리는 사람과 짐이 남고, 도착한 배는 오히려 돌아오지 않은 존재의 자리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선착장에는 배가 도착했지만, 돌아와야 할 사람의 자리는 비어 있다.

열대의 태양 1983

FŪDO 008 · 1983

열대의 태양

Tropical Sun

  • 제주 중기
  • 향토색을 넘어선 마른 풀잎색

강한 노란 화면에 검은 소나무와 말 한 마리, 먼 수평선의 작은 배가 놓인다. 색은 풍경을 장식하기보다 모든 존재를 같은 햇볕과 바람에 노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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