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변과 조랑말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은 줄어든다. 이 고요가 제주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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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은 줄어든다. 이 고요가 제주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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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풀잎색은 자연의 색이 아니라, 기다리다 지친 생명이 시간 속에 남긴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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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이 색은 마른 풀잎색으로 가라앉고 온기는 고독이 된다. 둘은 서로 기대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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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혼자 걷는 줄 알았으나 온 풍경이 그를 데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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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나란히 걸은 소와 노인. 둘 다 늙었으나 마주 보는 일만은 젊을 때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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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아니라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왔다. 아직은 온기가 고독으로 가라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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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것들이 함께 바다를 보는 일 — 그것이 기다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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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무덤은 돌아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다 말을 잃은 사람들의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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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하르방은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기다리고, 말하지 않음으로써 돌아올 길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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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고독을 아는 것 — 그것이 까마귀와 나의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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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두 집 사이 비어 있는 자리 하나를 골라 자기의 온기로 채워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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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떠남을 향해 흔들고, 바위는 돌아옴을 향해 펴 있다. 하나는 보내고 하나는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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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배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이어도는 끝내 불리지 못한 이름들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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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배는 돌아오지 못한 존재의 증거이고, 까마귀의 울음은 그 부재를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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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배가 돌아오기 전, 까마귀가 울기 전 — 폭풍이 그 사람을 데려가는 가장 어두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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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한 손으로 떠나는 이를 보내고, 한 손으로 남겨진 이를 붙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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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곳은 무너져도 곁에 남은 존재가 있으면 삶은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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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못하고 놓지 못해 한 덩이의 돌이 된 사람과 말 — 기다림을 거두지 못한 마음의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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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밝은 날을 믿는 일이 아니라, 어두운 날에도 하늘을 향해 손을 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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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빛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빛이 없어도 서로 기대어 남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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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은 한 빛 안에 여러 시간이 함께 머물 때 비로소 깊이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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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보이지 않고 말이 대신 기다린다. 기다림은 그쪽을 향한 마음을 거두지 못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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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바다 안에 있어도 사람과 말은 끝내 각자의 이별섬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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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너무 많아 오히려 아무것도 닿지 않는다. 가장 밝은 시간 속의 깊은 고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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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다는 것은 붙잡는 일이 아니라, 사라질 것을 가만히 놓아 보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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