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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PART III/STORY 32

STORY 32 · PART III · 떠난 뒤에 남는 것들

보고 있는 거요

〈길고 긴 그리움〉 · 1981

글 변정훈

길고 긴 그리움
〈길고 긴 그리움〉 · 1981

긴 낚싯대가
바다 쪽으로
나가 있었다.

그 아래
사람 하나가
앉아 있었다.

낚싯대는 길었지만
줄은 보이지 않았다.

바다 저쪽에
배 한 척이 떠 있었다.

사람은
그쪽을 보고 있었다.

“잡으려는 거요?”

“아니.”

“그럼?”

사람은

배 쪽을 본 채 말했다.

“보고 있는 거요.”

나는
낚싯대 끝을 보았다.

배까지는
멀었다.

낚싯대 끝에서 배까지

줄을 하나 그어 볼까 했다.

붓을 들었다가
다시 내렸다.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배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저녁이

가까워졌다.

낚싯대 아래로
그림자가 길어졌다.

그림자는
바다 쪽으로
조금 더 갔다.

그러나
배에는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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