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31 · PART III · 떠난 뒤에 남는 것들
거기 있소
〈이어도〉 · 1980
글 변정훈
배 한 척.
사람은
없었다.
빈 배였다.
그 옆에
까마귀 한 마리.
까마귀가
한 번 울었다.
검은 소리가
바다 위로 멀리 갔다.
섬사람들이 말했다.
먼 바다 어딘가에
이어도가 있다고.
돌아오지 않은 사람이
가 있는 곳이라고.
나는
바다를 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은
어디 있소?”
누군가 말했다.
“저쪽.”
“어디?”
아무도
가리키지 못했다.
처음에는
돌아오라고 했다.
한 번만
돌아오라고.
그러다
얼굴 한 번만 보면 된다고 했다.
더 지나서는
목소리라도 들으면 된다고 했다.
바다는
파도만 보냈다.
오래 지나
나는 다시 물었다.
“거기 있소?”
대답은
없었다.
나는
한참 바다를 보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시 묻지 않았다.
까마귀가
배 옆에서 날아올랐다.
수평선 쪽으로
갔다.
나는
따라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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