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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PART III/STORY 30

STORY 30 · PART III · 떠난 뒤에 남는 것들

한 걸음 옮길 수 있었다

〈고개 든 바위〉 · 1980

글 변정훈

고개 든 바위
〈고개 든 바위〉 · 1980

바위 하나가
바다를 보고 있었다.

끝이

고개를 든 것처럼
조금 들려 있었다.

바위가 보는 쪽에
작은 배 한 척.

나는
그 곁에 섰다.

배는
천천히 멀어졌다.

바위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배가
작아졌다.

나는
내 발을 보았다.

한 걸음
옮길 수 있었다.

또 한 걸음도.

배는
더 멀어졌다.

물결 사이로
보였다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몸을 돌렸다.

몇 걸음 가다가
다시 뒤를 보았다.

바위는
그 자리에 있었다.

고개를 든 채.

나는
더 보지 않고
걸어갔다.

뒤에 남은 바위는
아직
바다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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