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29 · PART III · 떠난 뒤에 남는 것들
풀리지 않은 채
〈선착장〉 · 1979
글 변정훈
바다로 들어간
검은 선 하나.
선착장이었다.
그 끝에
짐보따리가 놓여 있었다.
단단히
묶여 있었다.
비가 지나갔다.
볕이 지나갔다.
바람도
몇 번이나 지나갔다.
여름이 가고
겨울이 왔다.
천의 색은
바랬다.
그런데
매듭은 풀리지 않았다.
나는
오래 보았다.
풀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그 생각도 그만두었다.
선의 다른 끝에
사람 하나가
앉아 있었다.
짐보따리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둘 사이로
바람만 지나갔다.
모든 것이
조금씩 마르는 동안
매듭은
그 자리에서 더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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