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28 · PART III · 떠난 뒤에 남는 것들
배웅의 나무
〈손짓〉 · 1979
글 변정훈
나무 아래
사람 하나가
앉아 있었다.
배 한 척이
막 떠나고 있었다.
사람은
일어나지 않았다.
손도
들지 않았다.
나무가
바다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굵은 줄기에서
가지 하나가
길게 뻗어 있었다.
배가 가는 쪽으로.
바람이 오면
끝의 잔가지가
손가락처럼
먼저 흔들렸다.
나는
사람보다
그 가지를 오래 보았다.
배가
조금 멀어졌다.
사람은
여전히 앉아 있었다.
가지 끝은
사람이 갈 수 있는 곳보다
더 멀리 가 있었다.
붙잡으려는 것처럼
보였다가
다시 보니
보내는 것 같았다.
바람이
잠시 멎었다.
잔가지도
조용해졌다.
배는
계속 갔다.
사람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무도
따라가지 않았다.
다만
가지 하나가
바다 쪽으로
오래 뻗어 있었다.
떠나는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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