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45 · PART IV · 하나씩 덜어내고 남은 것
펴면 넘어져
〈정오〉 · 2007
글 변정훈
해가
머리 위에 있었다.
숨을 곳이 없는
한낮.
낮은 초가.
머리가 눌린
나무.
그리고
지팡이를 짚은 노인.
등이
많이 굽어 있었다.
“허리를
펴 드릴까요?”
노인이 말했다.
“둬.”
“힘들어
보이시는데.”
지팡이가
조금 앞으로 갔다.
노인은
몸을 더 낮추어
그 위에 무게를 실었다.
“펴면
넘어져.”
바다 쪽에서
바람이 밀려왔다.
나무가
낮은 쪽으로 더 눌렸다.
노인의 등도
더 둥글어졌다.
넘어지지는
않았다.
나는
굽은 등 대신
지팡이를 쥔 손을 보았다.
그 손등에
한낮의 볕이
하얗게 내려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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