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04 · PART I · 끝이 가까워지니 보이는 것들
고개만 들면
〈그리움〉 · 1985
글 변정훈
나무 두 그루를
세웠다.
그 아래
사람 하나.
아주 작게.
그늘이
작은 어깨까지
내려왔다.
어릴 때가 생각났다.
밖에서 놀다 늦으면
밥이 먼저
차려져 있었다.
나는
밥부터 먹었다.
먹다가 고개를 들면
나를 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때는
고개만 들면 되었다.
멀리 떠난 뒤에도
돌아가면
그 자리가 그대로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돌아오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해가 움직였다.
그늘도
조금 옆으로 갔다.
작은 사람의 어깨에
빛이 닿았다.
나는
나무 쪽에 손을 댔다.
그늘을
조금 더 내렸다.
작은 사람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늘만
다시 어깨까지 왔다.
그 아래에서는
아직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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