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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PART I/STORY 05

STORY 05 · PART I · 끝이 가까워지니 보이는 것들

많이 갔다 왔다

〈자화상〉 · 1944

글 변정훈

자화상
〈자화상〉 · 1944

젊은 얼굴 하나를

오래 보았다.

나였다.

눈은 맑았고

턱은 단단했다.

어깨도

지금보다 높았다.

그때의 나는

앞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 얼굴 앞에 섰다.

턱을 조금 들고

어깨를 폈다.

허리도

세웠다.

잠깐은

예전 몸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곧

숨이 짧아졌다.

나는

몸을 놓았다.

어깨가 내려가고

등이 다시 굽었다.

그림 속 어깨는

내려가지 않았다.

한동안

서로를 보았다.

젊은 내가 물었다.

“어디까지

갔습니까?”

대답은

늦게 나왔다.

“많이

갔다 왔다.”

나는

다시 허리를 펴지 않았다.

그 얼굴 앞에

조금 더 서 있었다.

그러다

몸을 돌렸다.

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굽은 등이

먼저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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