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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PART I/STORY 06

STORY 06 · PART I · 끝이 가까워지니 보이는 것들

그림을 싣고 가던 날

〈겨울나무〉 · 1947

글 변정훈

겨울나무
〈겨울나무〉 · 1947

잎을 떨군 나무들

사이로

빛이 들었다.

젊을 때

그린 숲이었다.

그 무렵에는

스승에게 보여줄

그림을 그렸다.

가져갈 날이 가까워지면

괜찮던 곳도

자꾸 마음에 걸렸다.

형님 공장에는

삼륜차가 있었다.

그 차에

그림을 실었다.

그림 곁에

나도 올라탔다.

일주일에 한 번.

어떤 때는 열흘에 한 번.

가는 동안에도

나는 그림만 보았다.

흔들릴까.

긁힐까.

스승이 어디를 먼저 볼까.

차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

그림이

옆으로 기울었다.

뒤에서

두 손이 바로 받쳤다.

“괜찮다.”

형님이었다.

나는

그림 모서리부터 살폈다.

세월이 지나

그 그림을

다시 벽에 걸었다.

뒤를 받치던 손을

천천히 뺐다.

손바닥에

그림의 무게가

잠깐 남았다.

그림이 기울던 순간.

말없이 올라오던 두 손.

화면 아래

내 이름을 보았다.

이름은

앞에 있었다.

손은

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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