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43 · PART IV · 하나씩 덜어내고 남은 것
바람만 그리지 못했다
〈바람〉 · 1991
글 변정훈
나무는
이미 기울어 있었다.
말 한 마리가
그 아래
서 있었다.
조금 떨어져
사람 하나가
몸을 낮추고 있었다.
나는
나무를 그렸다.
줄기를
조금 기울였다.
말을 그렸다.
갈기가
한쪽으로 쏠려 있었다.
사람의 등도
낮았다.
바람만
그리지 못했다.
붓을 들고
바람을 기다렸다.
붓끝보다
내 소매가
먼저 흔들렸다.
말의 갈기는
아직
한쪽으로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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