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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PART IV/STORY 42

STORY 42 · PART IV · 하나씩 덜어내고 남은 것

한 점 위에 선 얼굴

〈자소상〉 · 1986

글 변정훈

자소상
〈자소상〉 · 1986

오래전에 만든
내 얼굴 조각이 있었다.

굳은 이마.
감은 눈.
다문 입.
들린 턱.

나는
정면에 섰다.

한 걸음
옆으로 갔다.

그늘이던 곳에
빛이 들었다.

다시
한 걸음.

얼굴은
조금씩 달라졌다.

그런데
어느 자리에서 보아도
목은 좁았다.

큰 머리가
그 좁은 곳 위에 놓여 있었다.

나는
얼굴보다

그 아래를 보았다.

내 목에
손을 댔다.

손가락 끝에
뼈가 닿았다.

고개를

조금 들었다.

목이
당겼다.

다시
내렸다.

나는
손을 떼었다.

조각 속 얼굴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좁은 목 하나가
말없이

그 큰 머리를
받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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