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41 · PART IV · 하나씩 덜어내고 남은 것
살아본 색
〈열대의 태양〉 · 1983
글 변정훈
화면이
볕 아래 말라 있었다.
처음에는
푸른색을 조금 더 놓으려 했다.
풀이면
초록이어야 할 것 같았다.
붓을 들었다.
그러다
말의 발 아래를 다시 보았다.
마른 풀.
햇빛을 오래 받고
바람을 오래 맞은 풀.
초록은
이미 없었다.
그런데
죽어 보이지 않았다.
손끝으로
색을 조금 섞었다.
노랗지도 않고
갈색도 아닌
볕에 마른 풀잎 같은 색.
“그게
무슨 색이오?”
나는
그림을 한 번 더 보고
말했다.
“살아본 색.”
초록을
다시 올리지 않았다.
검은 소나무도
밝히지 않았다.
태양 아래
말 한 마리가
그 색 속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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