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40 · PART IV · 하나씩 덜어내고 남은 것
땅에 가까워 보였다
〈태풍〉 · 1983
글 변정훈
밤새
지붕이 울었다.
문이 떨리고
창이 흔들렸다.
아침이 되어
밖으로 나갔다.
집은
어제보다 땅에 가까워 보였다.
사람 하나.
말 한 마리.
둘 다
몸을 낮추고 있었다.
방으로 돌아와
그 집을 그렸다.
지붕을 따라
선을 그었다.
선이
비스듬히 갔다.
나는
반듯하게 고쳤다.
한 걸음
물러났다.
아침에 본 집이
아니었다.
다시
선을 기울였다.
낮은 지붕이
돌아왔다.
붓을
조금 느슨하게 쥐었다.
긁고.
밀었다.
선이
흔들렸다.
나는
붓을 다시 꽉 쥐지 않았다.
낮은 지붕 위로
비스듬한 자국 하나가
길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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