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35 · PART III · 떠난 뒤에 남는 것들
저것만 조금 더 보고
〈노송과 노인〉 · 1987
글 변정훈
늙은 소나무 하나.
늙은 사람 하나.
집은
가까웠다.
몇 걸음이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노인은 집으로 가지 않았다.
먼 바다에
배 한 척.
아주 작게.
노인은
집을 한 번 보았다.
그리고
다시 배를 보았다.
“저것만
조금 더 보고.”
지팡이에
두 손을 얹었다.
배는
천천히 작아졌다.
노인은
그 자리에 있었다.
노송도
곁에 서 있었다.
배가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졌다.
그제야
지팡이 끝이 움직였다.
바다 쪽이 아니라
집 쪽으로.
한 뼘.
노인은
다시 바다를 보았다.
배는
아직 거기 있었다.
“잘 갔구나.”
그 말은
크지 않았다.
노인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지팡이가 집 쪽으로
한 뼘 더 갔다.
노인은
한 번 더 고개를 돌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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