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49 · PART IV · 하나씩 덜어내고 남은 것
점 하나면 되었다
〈점 하나〉 · 2006
글 변정훈
처음에는
배였다.
돛대가 있었고
뱃머리가 있었고
사람이 앉을 자리도 보였다.
나는
그림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배가
작아졌다.
돛대가
가늘어졌다.
뱃머리도
희미해졌다.
보이는 것은
검은 자국 하나.
“저게
배요?”
“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나는
다시 보았다.
작은 자국은
아직
배였다.
붓을
들었다.
점 가까이
가져갔다.
한 번만 더 건드리면
점마저
사라질 것 같았다.
수평선 하나.
넓은 바다.
그 위에
점 하나.
나머지는
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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