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48 · PART IV · 하나씩 덜어내고 남은 것
이제는 당신이 보시오
독립 STORY
글 변정훈
한 사람이
내 그림 앞에
오래 서 있었다.
나는
그의 등을 보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나는
그림을 보았다.
내가 그린 사람은
그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아니오.”
그 말이
입까지 왔다.
하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어떤 모습이
닮았소?”
그는
그림을 보며 말했다.
“돌아앉은
모습이요.”
잠깐 웃었다.
“집에 가면
늘 저렇게 계셨어요.”
조금 뒤
목소리가 낮아졌다.
“제가 부르면
돌아보셨지요.”
그림 속 사람은
등을 보이고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나와
같은 그림을 보았다.
그가 물었다.
“조금 더
있어도 될까요?”
“그러시오.”
방 한쪽에는
의자가 있었다.
그가
그쪽으로 갔다.
천천히
앉았다.
나는
옆으로 비켜섰다.
그리고
조용히 방을 나왔다.
문을 닫으려는데
안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나는
문손잡이를 잡은 채
서 있었다.
안에서는
다른 소리가 나지 않았다.
나는 문이
소리를 내지 않도록
손잡이를
끝까지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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