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47 · PART IV · 하나씩 덜어내고 남은 것
앉을 자리
〈세발의자〉 · 1986
글 변정훈
세발의자가
방 한쪽에 있었다.
나는
그 앞으로 갔다.
등받이를 잡고
천천히 앉았다.
앉고 나면
의자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림만
보였다.
나는
이 자리에서
오래 그렸다.
몸을 앞으로 숙이고
다시 물러앉고
팔을 들었다가 내렸다.
그림은
한 장씩 방을 나갔다.
어떤 것은
멀리 갔다.
어떤 것은
다시 보지 못했다.
의자는
남아 있었다.
내 손으로
만든 의자였다.
나는
손바닥으로
가장자리를 쓸었다.
나뭇결이
손에 걸렸다.
매끈해진 곳.
패인 곳.
내 몸이
오래 닿은 자리였다.
“너는
많이도 받쳤구나.”
의자는
삐걱 소리도 내지 않았다.
내가 앉으면
받았고
일어나면
비어 있었다.
그것뿐이었다.
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다시 앉으려고
등받이를 잡았다가
놓았다.
건너편 벽까지 가서
돌아섰다.
처음으로
내가 앉지 않은 의자를
오래 보았다.
세발의자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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