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24 · PART II · 몸은 먼저 알고 있었다
누가 누구에게 기대는지
〈취한 삶〉 · 1994
글 변정훈
나무 아래
사람 하나가
앉아 있었다.
다리는 길게 뻗었고
팔은 옆으로 내려와 있었다.
뒤에는
집 한 채.
나는
굽은 등을 그리다가
땅을 짚은 손을 보았다.
굽은 지붕을 보다가
바로 선 기둥을 보았다.
손바닥에
힘이 들어갔다.
일어나려는 줄
알았다.
사람은
몸을 조금 옮겼다.
그러고는
나무에 등을 더 기대었다.
바람이
가지 끝을 밀었다.
사람도
몸을 조금 기울였다.
그는
땅을 짚었던 손에서
힘을 뺐다.
나무에 닿은 어깨 아래로
팔이 다시 늘어졌다.
누가
누구에게 기대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람도
지붕도
나무도
같은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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