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22 · PART II · 몸은 먼저 알고 있었다
내가 볼 몫까지
〈노을〉 · 1979
글 변정훈
작은 배에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노를 젓고
다른 사람은
몸을 낮추고 있었다.
노가
물에 들어갔다.
당기고
다시 넣었다.
배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노를 젓던 사람이
팔을 늦췄다.
그리고
곁의 사람을 보았다.
숙인 고개는
들리지 않았다.
“조금만 더.”
그는
다시 앞을 보았다.
이번에는
조금 천천히 당겼다.
한 번 젓고
곁을 보았다.
다음에는
곁을 먼저 보고
노를 저었다.
나는
그 팔을 오래 보았다.
나도
고개를 들지 못한 날이 있었다.
그날에는
누군가
내가 볼 몫까지
보고 있었다.
두 사람 위로
같은 노을이 내려왔다.
노는
물 위로 낮게 돌아왔다.
배는
두 사람을 함께 싣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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