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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PART I/STORY 09

STORY 09 · PART I · 끝이 가까워지니 보이는 것들

당신만 있으면 되겠소

독립 STORY

글 변정훈

사람 하나를

그리고 싶었다.

얼굴을 보고

어깨를 보았다.

앉은 자세가

마음에 남았다.

그런데

화폭에 옮기고 나니

양옆이 너무 비어 보였다.

테이블을 놓을까.

꽃병 하나를 둘까.

방 안을

둘러보았다.

모델이 물었다.

“제가

조금 옆으로 갈까요?”

“아니오.

그대로 계시오.”

그렇게 말하고도

나는 그 사람을 보지 않았다.

자꾸

양옆만 보았다.

그 사람은

같은 자세로 기다리고 있었다.

모델이 말했다.

“제가

너무 작아 보이나요?”

나는

방 안을 둘러보던 눈을

그 사람에게 돌렸다.

작은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화폭이

너무 컸다.

나는

다시 마주 앉았다.

“당신만 있으면

되겠소.”

틀을 풀었다.

천을 안으로 접어

다시 맸다.

양옆이

들어왔다.

처음 보았던 어깨가

다시 보였다.

기성 액자는

맞지 않았다.

따로

액자를 맞췄다.

그 사람은

처음 앉았던 자리에서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바뀐 것은

네 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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