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10 · PART I · 끝이 가까워지니 보이는 것들
늙은 호랑이는 웃는다
〈호랑이〉 · 1985
글 변정훈
호랑이 한 마리를
그렸다.
몸은
말라 있었다.
옆구리에
갈비뼈가 비쳤다.
하나.
또 하나.
세다가
말았다.
눈을
조금 어둡게 했다.
입을 그리자
이빨이 먼저 보였다.
사나웠다.
입 한쪽에
붓을 댔다.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호랑이가
웃는 것 같았다.
이빨은
여전히 보였다.
“너도
늙었구나.”
호랑이는
입을 벌린 채
나를 보고 있었다.
너는
안 늙었나.
그런 얼굴이었다.
“그래.
나도.”
한동안
둘이 그렇게 있었다.
나는
내 입가를 만져보았다.
어느새
같은 쪽이
조금
올라가 있었다.
사람은
말보다 먼저
몸으로 산다.
굽은 등.
내려간 시선.
두 개의 손.
말은
나중에 온다.
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몸은 남는다.
오래 맞은 바람은
몸에 먼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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