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평/풍토는 풍경이 아니다/논증 II
학술판 · 풍토는 풍경이 아니다 · 논증 II · 6 / 34
귀향은 원점 회귀가 아니라 재학습이다
제주가 방법이 되는 과정
귀향은 기억 속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단순한 복귀가 아니다. 오래 떠난 뒤 돌아온 장소는 익숙하면서도 낯설며, 화가는 그 낯섦 속에서 시선·색·거리·생활의 조건을 다시 배워야 했다. 제주가 "방법"이 된 것은 도착의 순간이 아니라 머묾과 걷기, 다시 보기가 쌓인 뒤였다.
논증의 얼개
- 주장
- 귀향은 원점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익숙했던 장소를 다시 보고, 다시 거주하고, 다시 배우는 장기적 재학습이다.
- 작품 증거
- 〈빈 집〉(1987), 〈제주〉(1976)와 뒷날의 화면, 〈다시 이어진 길〉(1998)을 통해 머묾·다시 보기·길이 형식을 어떻게 바꾸는지 추적한다.
- 1차 자료
- 1975년 제주 정착 경위에 관한 구술, "겉으로만 제주도지 내용적으로는 아니다"라는 회고, 1988년 "제주는... 하나의 미적 근거이자 방법"이라는 서술.
- 반례
- 〈제주〉(1976)와 〈서귀포〉(1977)의 밝고 다양한 색은 귀향 직후부터 제주 소재를 적극적으로 그렸음을 보여 주는 동시에, 뒷날의 마른 풀잎색·검은 선 중심 형식이 곧바로 완성된 것은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소재의 귀환과 형식의 성립 사이에는 시간차가 있었다.
- 자료 한계
- 1975년 정착 경위는 후대 구술의 비중이 크다. 당시 임용·거주 기록과 초기 제주 작품의 제작 연도를 함께 대조해야 한다.
- 기존 미술사와의 차이
- 귀향을 정체성 회복이나 민족적 원점 회귀로만 보지 않고, 지각과 작업 습관이 장소에 다시 적응하는 시간적 과정으로 본다.
- 잠정 결론
- 제주는 출생지였지만 회화적 고향은 곧바로 주어지지 않았다. 소재의 귀환과 형식의 재학습 사이에는 시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