Ⅶ — 오늘의 사람들 · No. 41 / 50
워홀 — 〈마릴린 두 폭〉
Andy Warhol — Marilyn Diptych
1962. 캔버스에 실크스크린 잉크와 아크릴, 205.4 × 289.6 cm. 런던 테이트.
같은 얼굴이 쉰 번 반복된다. 왼쪽은 화려한 색이고, 오른쪽은 검은빛 속에서 점점 흐려진다.
워홀은 영화배우의 얼굴을 초상처럼 그리지 않았다. 이미 대중매체에 유통되던 사진을 실크스크린으로 되풀이했다. 한 사람의 얼굴은 복제 가능한 이미지가 되고, 이미지가 많아질수록 실제 사람은 멀어진다.
반복은 기억을 강화하는 듯하지만 동시에 닳게 한다. 처음에는 마릴린을 보지만, 곧 색과 얼룩, 인쇄의 어긋남만 보게 된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얼굴은 죽음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다.
변시지는 같은 인물과 말과 까마귀를 거듭 그렸다. 그러나 그 반복은 복제가 아니라 매번 달라지는 기억의 농도였다. 워홀의 반복은 이미지의 소비를 드러내고, 변시지의 반복은 한 존재가 세월 속에서 어떻게 남는지를 묻는다.
하나는 많아질수록 비어 가고, 하나는 거듭할수록 깊어진다.
마릴린의 얼굴은 아직 인쇄되고, 동시에 지워지고 있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