Ⅶ — 오늘의 사람들 · No. 42 / 50
바스키아 — 〈무제〉
Jean-Michel Basquiat — Untitled
1982. 캔버스에 아크릴·유성 스틱·스프레이, 183.2 × 173 cm. 개인 소장.
검은 머리와 두개골 같은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눈과 이, 뼈와 선이 한꺼번에 드러나 있다.
바스키아의 인물은 피부 아래까지 열린다. 초상은 외모가 아니라 상처와 분노, 지식과 거리의 언어가 겹친 지도다. 낙서와 해부도, 왕관과 단어가 서로 부딪친다.
그의 선은 매끄럽지 않다. 지워지고 다시 쓰이며, 틀린 철자와 끊어진 문장이 화면의 속도를 만든다. 뉴욕의 인종과 계급, 미술 제도의 긴장이 몸 안에서 폭발한다.
변시지의 선은 조용하고 절제되어 있지만 역시 몸의 내부를 드러낸다. 얼굴의 세부를 줄이고 굽은 등과 검은 윤곽만 남겨, 한 생애의 압력을 보이게 한다. 바스키아는 상처를 밖으로 터뜨리고, 변시지는 상처를 안으로 눌러 담는다.
두 선 모두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 있었음을 증언하기 위해 남는다.
왕관은 기울어 있지만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