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아틀라스WORKS · FŪDO · LANGUAGES

연구·비평/명화, 다시 읽기/Ⅶ 오늘의 사람들

Ⅶ — 오늘의 사람들 · No. 43 / 50

쿠사마 야요이 — 〈호박〉

Yayoi Kusama — Pumpkin

1990년대 이후 여러 회화·조각 연작. 물방울무늬와 호박 형상을 결합.

호박 하나가 있다. 둥근 몸 전체를 같은 크기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른 점들이 덮고 있다.

쿠사마에게 점은 장식이 아니라 자아의 경계를 지우는 단위다. 하나의 점이 반복되면 사물은 표면을 잃고, 주변 공간과 같은 리듬 속으로 들어간다.

호박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며 동시에 불안을 견디게 하는 친숙한 형상이다. 단단하고 우스우며, 땅 가까이 엎드린 몸은 화려한 점들 속에서도 이상하게 안정되어 있다.

변시지의 화면에도 반복되는 작은 검은 자국이 있다. 바람의 붓질과 까마귀, 마른 풀의 흔적이다. 쿠사마의 점은 자아를 우주 속에 흩뜨리고, 변시지의 짧은 선은 흩어지는 세계 속에서 한 존재를 붙든다.

하나는 무한 속으로 사라지는 길이고, 하나는 무한 앞에서 남는 길이다.

호박은 땅에 낮게 붙은 채 우주처럼 넓어진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