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아틀라스WORKS · FŪDO · LANGUAGES

연구·비평/명화, 다시 읽기/Ⅵ 환상을 본 사람들

Ⅵ — 환상을 본 사람들 · No. 34 / 50

로트레크 — 〈물랭 루즈에서〉

Henri de Toulouse-Lautrec — At the Moulin Rouge

1892–1895. 캔버스에 유채, 123 × 140.5 cm. 시카고 미술관.

로트레크 — 〈물랭 루즈에서〉 — Toulouse-Lautrec — At the Moulin Rouge (1892–1895)
Henri de Toulouse-Lautrec, At the Moulin Rouge, 1892–95. Art Institute of Chicago. Wikimedia Commons · 퍼블릭 도메인

밤의 실내다.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고, 오른쪽 얼굴 하나가 창백한 빛 속에서 잘려 들어온다.

로트레크는 물랭 루즈의 화려한 무대를 그렸지만, 환락만 그리지는 않았다. 가스등 아래 얼굴은 피곤하고, 대화는 이어지지만 사람들은 각자의 고독 속에 있다.

일본 우키요에에서 배운 과감한 잘라내기와 평면적 구도는 밤의 불안정한 감각을 만든다. 화면 가장자리의 인물은 사진처럼 잘렸고, 인공조명은 얼굴을 비현실적인 색으로 바꾼다.

변시지의 밤에는 네온이 없다. 마른 들판과 검은 선, 까마귀와 초가가 있다. 로트레크의 밤은 사람이 너무 많아 외롭고, 변시지의 밤은 사람이 거의 없어 외롭다.

환락 뒤의 고독과 침묵 속의 고독. 둘은 다르지만, 빛이 닿지 않는 인간의 자리를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같다.

음악은 끝났지만 사람들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