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아틀라스WORKS · FŪDO · LANGUAGES

연구·비평/명화, 다시 읽기/Ⅵ 환상을 본 사람들

Ⅵ — 환상을 본 사람들 · No. 33 / 50

고갱 — 〈타히티의 여인들〉

Paul Gauguin — Tahitian Women on the Beach

1891. 캔버스에 유채, 69 × 91.5 cm. 파리 오르세 미술관.

고갱 — 〈타히티의 여인들〉 — Gauguin — Tahitian Women on the Beach (1891)
Paul Gauguin, Tahitian Women on the Beach, 1891. Musée d'Orsay. Wikimedia Commons · 퍼블릭 도메인

“풍토는 인간이 세계와 만나는 존재의 조건이다.” — 변시지, 『예술과 풍토』의 핵심 개념

두 여인이 해변에 앉아 있다. 한 사람은 옆을 보고, 한 사람은 손으로 무언가를 만진다. 색은 평평하고 윤곽은 단단하다.

고갱은 유럽 문명을 떠나 타히티에서 원초적 삶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그가 그린 타히티는 실제의 섬이면서 동시에 서구인이 꿈꾼 낙원의 이미지였다. 화면의 평온 뒤에는 식민지 현실과 타자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겹쳐 있다.

그는 외형의 자연스러운 묘사를 줄이고 넓은 색면과 굵은 선으로 인물을 세웠다. 일본 판화와 비서구 조형에서 배운 평면성은 그의 회화를 새롭게 만들었지만, 타인의 삶을 자기 욕망의 상징으로 바꾸었다는 문제도 남긴다.

변시지는 타자의 섬으로 가지 않고 자기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돌아온 제주도 낙원은 아니었다. 바람이 거세고 땅은 메말랐으며, 귀향은 위로보다 견딤이 되었다.

고갱은 떠나서 풍토를 찾았고, 변시지는 돌아와 풍토를 견뎠다. 어느 쪽도 단순하지 않다. 예술은 땅을 그리는 일인 동시에 그 땅을 바라보는 자기 시선을 드러내는 일이다.

두 여인은 아직 말하지 않는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