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 사람을 그린 사람들 · No. 32 / 50
들라크루아 — 〈민중을 이끄는 자유〉
Eugène Delacroix — Liberty Leading the People
1830. 캔버스에 유채, 260 × 325 cm. 파리 루브르박물관.
연기와 피, 깃발과 시체 사이로 한 여인이 앞으로 나아간다. 삼색기를 높이 들고, 민중은 그 뒤를 따른다.
들라크루아의 자유는 추상적 관념이 아니다. 맨발로 바리케이드를 넘고, 총을 들며, 죽은 자들의 몸 위를 지나간다. 자유는 아름답지만 깨끗하지 않다.
붉은색과 푸른색, 흰색은 화면 곳곳에서 되풀이된다. 색채는 국가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전투의 열기다. 거친 붓질은 사건을 완성된 역사로 굳히지 않고 아직 진행 중인 힘으로 남긴다.
변시지의 화면에는 혁명의 군중이 없다. 그러나 그의 노인과 말, 낮은 초가에는 다른 종류의 저항이 있다. 들라크루아가 앞으로 돌진하는 몸을 그렸다면, 변시지는 물러서지 않고 남는 몸을 그렸다.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일과 자기 자리에서 끝까지 견디는 일. 둘은 서로 다른 역사적 몸짓이지만, 인간이 존엄을 지키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만난다.
깃발은 아직 바람 속에서 펄럭인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