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아틀라스WORKS · FŪDO · LANGUAGES

연구·비평/명화, 다시 읽기/Ⅵ 환상을 본 사람들

Ⅵ — 환상을 본 사람들 · No. 35 / 50

샤갈 — 〈나와 마을〉

Marc Chagall — I and the Village

1911. 캔버스에 유채, 192.1 × 151.4 cm. 뉴욕 현대미술관.

초록빛 얼굴과 짐승의 얼굴이 서로 마주 본다. 그 사이에 집과 교회, 농부와 나무가 뒤집힌 채 떠 있다.

기억 속에서는 중력이 약하다. 어제와 삼십 년 전의 일이 나란히 놓이고, 멀리 있는 고향이 눈앞보다 가까워진다. 샤갈은 고향을 사실대로 그리지 않았다.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대로 그렸다.

이 그림은 파리에서 그려졌지만 화면 안에는 비테프스크가 있다. 몸은 떠나 있었고 눈은 돌아가 있었다. 캔버스는 돌아갈 수 없는 사람에게 하나의 귀향지가 되었다.

변시지는 실제로 돌아갔다. 일본과 서울을 거쳐 쉰 살 무렵 제주로 돌아왔다. 그러나 돌아온 사람의 그림이 오히려 더 쓸쓸하다. 샤갈의 고향은 기억 속에서 밝아졌고, 변시지의 고향은 매일 견뎌야 할 현실로 남았다.

닿지 못한 고향은 꿈이 되고, 닿은 고향은 풍토가 된다. 하나는 기억으로 돌아가고, 하나는 몸으로 돌아간다.

샤갈은 작은 나무를 들고 있고, 변시지의 노인은 지팡이를 쥔다. 하나는 심기 위해, 하나는 버티기 위해.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