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아틀라스WORKS · FŪDO · LANGUAGES

연구·비평/명화, 다시 읽기/Ⅵ 환상을 본 사람들

Ⅵ — 환상을 본 사람들 · No. 36 / 50

폴록 — 〈넘버 1A, 1948〉

Jackson Pollock — Number 1A, 1948

1948. 캔버스에 유채와 에나멜, 172.7 × 264.2 cm. 뉴욕 현대미술관.

“액션 페인팅에서는 감정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손을 움직여 자기를 표현한다.” — 변시지, 『예술과 풍토』

화면 전체에 선이 얽혀 있다. 중심도 가장자리도 없다. 물감은 붓끝보다 몸의 움직임을 따라 흘렀다.

폴록은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그 주위를 걸었다. 붓을 대기보다 흘리고, 뿌리고, 튀겼다. 그림은 사물의 모습이 아니라 그리는 동안 일어난 시간과 동작의 흔적이 되었다.

무질서처럼 보이지만 완전한 우연은 아니다. 손의 속도와 높이, 물감의 점도와 몸의 리듬이 겹쳐 하나의 장을 만든다. 화면은 결과이면서 행위의 기록이다.

변시지도 몸으로 선을 그었다. 그러나 폴록의 몸이 화면 위를 넓게 이동한다면, 변시지의 몸은 오래 앉아 바람의 방향을 한 획에 눌러 담는다. 폴록의 선은 폭발하고, 변시지의 선은 응축된다.

하나는 움직임을 최대화해 존재를 드러내고, 하나는 움직임을 줄여 존재를 남긴다.

물감은 이미 말랐지만 몸의 움직임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