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 사람을 그린 사람들 · No. 30 / 50
카라바조 — 〈나르키소스〉
Caravaggio — Narcissus
1597–1599년경. 캔버스에 유채, 110 × 92 cm. 로마 바르베리니 국립고전미술관.
한 청년이 물 위에 몸을 숙인다. 아래에는 같은 얼굴이 거꾸로 떠 있다. 배경은 어둡고, 세계는 몸과 반사만으로 닫힌다.
나르키소스는 자기 얼굴을 사랑했지만, 그 얼굴이 이미지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닿으려 할수록 물은 흔들리고, 얼굴은 사라진다. 사랑의 대상은 자신이면서 동시에 결코 소유할 수 없는 타자다.
카라바조는 신화를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다. 어둠 속에 몸 하나와 반사 하나만 남겼다. 위와 아래가 원처럼 이어져, 청년은 자기 자신 안에 갇힌다.
변시지의 인물은 자기 얼굴을 거의 보지 않는다. 그는 바다와 바람, 돌아오지 않는 길을 본다. 카라바조의 인물은 자신에게 갇히고, 변시지의 인물은 자신보다 큰 세계 앞에서 자기를 잊는다.
자기 안으로만 깊어지는 시선과, 풍토로 나아가며 자기를 낮추는 시선. 두 방향은 인간이 고독을 견디는 서로 다른 방식이다.
물속의 얼굴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