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 사람을 그린 사람들 · No. 27 / 50
히에로니무스 보스 — 〈쾌락의 정원〉
Hieronymus Bosch —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
1490–1510년경. 패널에 유채, 삼면화 220 × 389 cm.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세 개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왼쪽에는 창조의 정원, 가운데에는 끝없는 쾌락, 오른쪽에는 밤의 지옥이 있다.
보스의 화면은 너무 많은 것으로 가득하다. 사람과 동물, 과일과 기계, 악기와 괴물이 서로 얽힌다. 가까이 갈수록 이야기는 늘어나고, 의미는 오히려 불확실해진다.
이 그림이 도덕적 경고인지, 인간 욕망의 축제인지 단정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욕망이 커질수록 인간의 몸이 작아지고 사물의 일부가 된다는 점이다.
변시지의 화면은 반대 방향으로 간다. 그는 거의 모든 것을 지우고 사람 하나, 말 한 마리, 배 한 척만 남긴다. 보스는 과잉으로 인간을 잃게 하고, 변시지는 결핍 속에서 인간을 끝까지 남긴다.
가득 찬 화면과 빈 화면은 모두 인간의 자리를 묻는다. 너무 많은 세계 속에서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거의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남는가.
정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