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아틀라스WORKS · FŪDO · LANGUAGES

연구·비평/명화, 다시 읽기/Ⅴ 사람을 그린 사람들

Ⅴ — 사람을 그린 사람들 · No. 28 / 50

벨라스케스 — 〈시녀들〉

Diego Velázquez — Las Meninas

1656. 캔버스에 유채, 318 × 276 cm.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벨라스케스 — 〈시녀들〉 — Velázquez — Las Meninas (1656)
Diego Velázquez, Las Meninas, 1656. Museo del Prado. Wikimedia Commons · 퍼블릭 도메인

“그림을 아는 것과 맛보는 것은 같지 않다. 작품은 보는 사람의 체험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 변시지, 『예술과 풍토』의 취지를 바탕으로 한 편집 요약

방 안에 공주와 시녀들, 난쟁이와 개, 화가가 있다. 뒤편의 거울에는 왕과 왕비가 비친다. 그런데 누가 누구를 보고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벨라스케스는 초상화의 장면을 그리면서, 동시에 보는 행위 자체를 그렸다. 화가는 큰 캔버스 앞에서 우리 쪽을 보고 있다.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왕과 왕비의 자리인지, 거울 앞의 자리인지 알 수 없다.

그림 속 인물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 시선들이 교차하며 방 전체가 하나의 보이지 않는 구조를 만든다. 그림의 중심은 공주이면서 동시에 화면 밖의 관람자다.

변시지의 화면은 훨씬 비어 있지만, 관람자를 화면 밖에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닮았다. 바다를 보는 노인의 등 뒤에 서면 우리도 같은 수평선을 보게 된다. 벨라스케스는 궁정의 시선으로, 변시지는 풍토의 시선으로 관람자를 그림 안에 데려간다.

그림은 완성된 장면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들어갈 때마다 다시 열리는 공간이다.

거울 속 왕과 왕비는 아직 우리를 보고 있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