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 사람을 그린 사람들 · No. 26 / 50
달리 — 〈기억의 지속〉
Salvador Dalí — The Persistence of Memory
1931. 캔버스에 유채, 24.1 × 33 cm. 뉴욕 현대미술관.
시계가 녹아 있다. 나뭇가지와 탁자 모서리, 정체를 알 수 없는 얼굴 위로 축 늘어진다.
달리는 단단해야 할 시간을 부드러운 물질로 바꾸었다. 시계는 시간을 측정하지만, 기억 속의 시간은 늘어나고 접히며 멈춘다. 객관적 시간과 내면의 시간이 서로 다른 속도로 흐른다.
멀리 절벽과 바다는 지나치게 맑고 정적이다. 그 정확한 배경 때문에 녹는 시계는 더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꿈은 흐릿하지 않다. 때로 현실보다 선명하다.
변시지의 시간은 녹기보다 마른다. 제주 햇볕과 바람 속에서 색은 바래고, 선은 닳고, 형태는 남은 흔적만으로 버틴다. 달리의 시간은 유동하고, 변시지의 시간은 침전한다.
두 화가 모두 시계를 그린 것이 아니라 시간이 몸과 사물에 남기는 변형을 그렸다.
시계는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