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 자연 앞에 선 사람들 · No. 19 / 50
호쿠사이 —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Katsushika Hokusai — Under the Wave off Kanagawa
1830–1832년경. 다색 목판화, 25.7 × 37.9 cm 내외. 〈후가쿠 삼십육경〉 중 한 점.
파도가 가장 높은 순간이다. 물의 손가락 같은 흰 포말이 배를 향해 내려온다. 멀리 후지산은 작고 고요하다.
호쿠사이는 가장 빠른 것과 가장 느린 것을 한 화면에 넣었다. 곧 무너질 파도와 천 년을 서 있을 산. 그 사이에 작은 배와 몸을 낮춘 사람들이 있다.
목판의 날카로운 윤곽과 반복되는 곡선은 순간을 얼려 놓는다. 파도는 아직 내려치지 않았고, 배는 아직 뒤집히지 않았다. 재난 직전의 시간이 영원히 지속된다.
변시지도 자연의 힘을 그렸다. 그러나 파도보다 바람이었다. 파도는 보이지만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휘어진 나무, 기울어진 사람, 낮아진 초가를 그렸다. 바람 자체가 아니라 바람이 지나간 자국을 남겼다.
호쿠사이의 어부와 변시지의 노인은 모두 몸을 낮춘다. 싸워 이기려 하지 않고, 힘의 방향을 받아들이며 살아남는다. 굽힘은 패배가 아니라 생존의 자세다.
파도는 이백 년째 아직 내려치지 않았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