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아틀라스WORKS · FŪDO · LANGUAGES

연구·비평/명화, 다시 읽기/Ⅳ 자연 앞에 선 사람들

Ⅳ — 자연 앞에 선 사람들 · No. 20 / 50

프리드리히 —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Caspar David Friedrich — 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1818년경. 캔버스에 유채, 94.8 × 74.8 cm. 함부르크 미술관.

프리드리히 —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 Friedrich — 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c. 1818)
Caspar David Friedrich, 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c.1818. Hamburger Kunsthalle. Wikimedia Commons · 퍼블릭 도메인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이 스스로를 발견하는 자리이다.” — 변시지, 『예술과 풍토』의 취지를 바탕으로 한 편집 요약

바위 위에 한 사람이 서 있다. 발아래는 안개이고, 안개 너머로 산봉우리들이 겹겹이 솟는다. 그는 등을 보이고 있어 얼굴이 없다.

얼굴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그 자리에 들어간다. 방랑자의 등 뒤에서 그가 보는 것을 함께 본다. 프리드리히의 뒷모습 인물은 개인의 초상을 지우고, 관람자의 시선을 화면 안으로 데려가는 문이 된다.

그에게 자연은 단순한 경치가 아니라 무한과 마주하는 종교적·철학적 장소였다. 인간은 작아지지만, 작아지는 만큼 내부의 세계는 넓어진다. 숭고는 자연을 소유하는 감정이 아니라, 소유할 수 없음을 깨닫는 감정이다.

변시지의 인물도 등을 보이거나 옆으로 서서 바다를 본다. 그러나 프리드리히의 인물은 높은 바위 위에서 위를 바라보고, 변시지의 노인은 낮은 들판에서 바람을 맞는다. 한쪽은 상승의 숭고이고, 한쪽은 낮아짐의 존엄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 앞에서 작다. 다만 한 사람은 무한을 바라보며 커지고, 한 사람은 바람 속에서 작아진 채 끝까지 남는다.

안개는 걷히지 않는다. 방랑자는 아직 뒤돌아보지 않는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