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아틀라스WORKS · FŪDO · LANGUAGES

연구·비평/명화, 다시 읽기/Ⅲ 형태를 부순 사람들

Ⅲ — 형태를 부순 사람들 · No. 16 / 50

칸딘스키 — 〈즉흥 제31번(해전)〉

Wassily Kandinsky — Improvisation 31 (Sea Battle)

1913. 캔버스에 유채, 140 × 120 cm. 워싱턴 D.C.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

칸딘스키 — 〈즉흥 제31번(해전)〉 — Kandinsky — Improvisation 31 (Sea Battle) (1913)
Wassily Kandinsky, Improvisation 31 (Sea Battle), 1913.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저해상 도판 — 교체 필요) Wikimedia Commons · 퍼블릭 도메인

“선은 단순한 윤곽이 아니라, 화면 속 운동과 힘의 방향을 드러낸다.” — 변시지, 『예술과 풍토』

배가 있는 듯하고, 파도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형태는 곧 색과 선 속으로 흩어진다. 붉은 선과 검은 선이 충돌하고, 푸른 면이 화면을 가로지른다.

칸딘스키에게 회화는 보이는 대상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색과 선이 직접 울리는 일이었다. 음악처럼 회화도 구체적 사물을 설명하지 않고 감정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았다.

〈즉흥〉이라는 제목은 무계획을 뜻하지 않는다. 훈련된 감각이 빠르게 조직한 내적 필연의 질서다. 해전의 흔적은 남아 있지만, 사건의 재현보다 충돌과 긴장의 리듬이 앞선다.

변시지의 선도 형태의 외곽에 머물지 않는다. 칸딘스키의 선이 화면 내부에서 힘의 벡터가 된다면, 변시지의 선은 보이지 않는 바람이 지나간 자국이 된다. 한쪽은 추상의 운동이고, 한쪽은 풍토의 압력이다.

둘의 선은 모두 무엇을 닮았는가보다 어떻게 움직이고 견디는가를 묻는다.

해전은 사라지고 선들의 충돌만 남는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