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아틀라스WORKS · FŪDO · LANGUAGES

연구·비평/명화, 다시 읽기/Ⅲ 형태를 부순 사람들

Ⅲ — 형태를 부순 사람들 · No. 15 / 50

마티스 — 〈붉은 방〉

Henri Matisse — The Red Room

1908. 캔버스에 유채, 180 × 220 cm.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미술관.

“색채는 사물의 외관을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회화의 독자적 질서를 만든다.” — 변시지, 『예술과 풍토』

붉다. 벽도 탁자도 같은 붉음 속에 들어 있다. 방의 경계는 사라지고, 창밖의 정원조차 하나의 문양처럼 평면 위에 놓인다.

마티스는 원근과 명암을 줄이고 색 자체가 공간을 만들게 했다. 파란 무늬는 벽과 탁자를 가로질러 흐르며, 실내를 하나의 리듬으로 묶는다. 사물은 정확한 위치보다 색채의 음악 속에서 존재한다.

이 평면성에는 페르시아 미니어처와 이슬람 장식, 동아시아 미술을 향한 서구 모더니즘의 관심이 스며 있다. 색은 대상을 입히는 옷이 아니라 화면 전체의 질서가 된다.

변시지는 색을 늘리지 않고 줄였다. 여러 색을 한 장의 마른 풀잎색으로 가라앉히고 검은 선을 남겼다. 마티스는 강한 한 색으로 공간을 해방했고, 변시지는 낮은 한 색으로 시간을 침전시켰다.

붉음과 마른 풀잎색은 정반대처럼 보인다. 그러나 둘 다 자연색의 복사에서 벗어나 화면 자체가 하나의 세계가 되게 한다.

붉은 방은 아직 벽과 탁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