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평/명화, 다시 읽기/Ⅱ 어둠으로 들어간 사람들
Ⅱ — 어둠으로 들어간 사람들 · No. 08 / 50
뭉크 — 〈절규〉
Edvard Munch — The Scream
1893. 판지에 템페라와 크레용, 91 × 73.5 cm. 오슬로 국립미술관.
하늘이 붉다. 다리가 있고 물이 있고, 그 위에 얼굴 하나가 있다.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입을 벌렸다.
뭉크는 1892년의 일기에 친구들과 걷던 중 하늘이 핏빛으로 변했고, 자연을 관통하는 거대한 비명을 느꼈다고 적었다. 중요한 것은 그가 ‘보았다’기보다 ‘들었다’고 썼다는 점이다. 그림은 보이지 않는 소리를 색과 선으로 바꾼다.
화면의 인물은 비명을 지르는 사람인지, 세상이 지르는 비명을 막는 사람인지 분명하지 않다. 뒤편의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걸어간다. 가장 무서운 것은 붉은 하늘이 아니라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한과 비교할 수 있지만 같지는 않다. 한에는 오래 견디며 삭이는 시간이 있다. 뭉크의 절규에는 그 시간이 없다. 지금 이 순간 더는 견딜 수 없다는 날카로움이 있다. 변시지의 노인은 바람 속에서도 소리를 밖으로 뱉지 않는다. 등을 굽히고 화면 안에 남는다. 뭉크는 견딜 수 없어 소리를 내보냈고, 변시지는 견디기 위해 바람을 삼켰다.
절규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면 절규도 없다.
하늘은 아직 붉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