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 빛을 붙든 사람들 · No. 04 / 50
르누아르 — 〈뱃놀이 하는 사람들의 점심〉
Pierre-Auguste Renoir — Luncheon of the Boating Party
1880–1881. 캔버스에 유채, 130.2 × 175.6 cm. 워싱턴 D.C. 필립스 컬렉션.
강가의 테라스다. 일요일 오후. 친구들이 모여 있고, 와인과 과일과 웃음이 있다. 차양을 지난 햇빛이 얼굴과 옷 위에 부드러운 그늘을 놓는다.
르누아르는 행복을 고정된 표정으로 만들지 않았다. 개를 안은 여인, 잔을 든 남자, 난간에 기댄 사람은 모두 자기 순간 속에 있다. 포즈보다 대화와 호흡이 먼저다. 화가는 그들을 멀리서 관찰한 것이 아니라 그 오후를 함께 살았다.
이 장면 앞에서 물가에 정자를 짓고 벗을 불러 술을 따르던 우리의 누정을 생각하게 된다. 파리의 강가와 조선의 물가는 멀지만, 자연 곁에 모여 삶의 한나절을 귀하게 쓰는 일은 닮았다.
그러나 변시지의 자리에서 보면 차이도 선명하다. 르누아르의 화면에는 사람이 가득하고, 변시지의 화면에는 대개 한 사람이 남는다. 르누아르의 빛은 사람들 사이에서 반짝이고, 변시지의 빛은 마른 풀잎색으로 화면 전체에 가라앉는다. 함께 있는 기쁨과 혼자 견디는 시간은 서로를 대신할 수 없다.
잔치는 끝나고 강물은 남는다. 행복은 거창한 상태가 아니라, 좋은 사람과 한 끼를 나누며 잠시 시간을 잊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오후는 그림 속에서만 지나가지 않는다.
본문의 해석은 필자의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은 화백의 말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