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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PART II/STORY 20

STORY 20 · PART II · 몸은 먼저 알고 있었다

가지인지 글씨인지

독립 STORY

글 변정훈

소나무 한 그루.

뿌리는

보이지 않았다.

줄기는

곧게 올라가다가

위에서 한 번 부러졌다.

부러진 채

아래 줄기에서

가지가 뻗었다.

한동안

가지인지

글씨인지

알 수 없었다.

가지 사이에서

두 글자를 읽었다.

秋史.

나는

그 이름을

작게 불러 보았다.

입을 다문 뒤에도

눈은 가지를 따라갔다.

솔잎이라 여겼던 끝에

획이 모여 있었다.

며칠 전

길에서 본 나무가 떠올랐다.

바람을 오래 맞아

한쪽으로 기운 나무.

그 나무도

꺾인 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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