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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PART II/STORY 19

STORY 19 · PART II · 몸은 먼저 알고 있었다

내 그림 같지 않은 날

독립 STORY

글 변정훈

제주에 돌아와

밖을
오래 보고 왔다.

바다.

낮은 집.

굽은 나무.

방에 들어와
그렸다.

붓은
막히지 않았다.

전에 그리던 나무가 나왔다.

빛도

내가 오래 알던 쪽으로 갔다.

틀린 그림은

아니었다.

다만

내 몸이 만난 제주가

아니었다.

그림을
벽 쪽으로 돌려놓았다.

다음 날

다시 꺼냈다.

캔버스를

조금 잘라 냈다.

그렸다 지웠다.

다시 그렸다
또 지웠다.

물감이 걷힌 자리마다

천의 결이 드러났다.

저녁이 되어

바닥의 천 조각들을
한쪽으로 모았다.

그 사이에

작은 천 한 장이 있었다.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았다.

가위가 지나간 자리는
비뚤었다.

나는

그 천을 바닥에 폈다.

접힌 모서리를

손바닥으로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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