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18 · PART II · 몸은 먼저 알고 있었다
왔구나
〈제주〉 · 1976
글 변정훈
바다 앞에
말 한 마리가
서 있었다.
오래전에 보았던
바다였다.
그런데
어디부터
그려야 할지
몰랐다.
나는
말 앞에 섰다.
“왔구나.”
말이 한 말인지
내가 한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바다는
그대로 있었고
나는
너무 오래 떠나 있었다.
말의 발 아래에는
짙은 땅이 있었다.
나는
그 자리를 보다가
내 발을 내려다보았다.
돌아온 곳인데
발 하나를 놓는 데
시간이 걸렸다.
바람이
옷자락을 밀었다.
나는
말이 선 쪽으로
한 걸음 옮겼다.
말은
물러나지 않았다.
나도
더 가까이 가지 않았다.
말의 발 아래
짙은 땅.
내 발 아래
같은 땅.
나는
내디딘 발에
몸을 조금 더 실었다.
RELATED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