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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PART II/STORY 16

STORY 16 · PART II · 몸은 먼저 알고 있었다

해가 더 내려가기 전에

〈가을 애련정〉 · 1971

글 변정훈

가을 애련정
〈가을 애련정〉 · 1971

연못.

정자 하나.

붉은 잎.

노란 잎.

그 사이에는

아직 푸른빛도 있었다.

나는

한 색을 놓고

다시 보았다.

옆의 잎은

조금 다른 색이었다.

기둥을 그리고

처마를 그렸다.

물속에는

같은 지붕이

거꾸로 있었다.

붓을

아래로 옮겼다.

잎 하나가

물 위에 떨어졌다.

작은 물결이

물속의 처마 끝을 지나갔다.

기둥도

잠깐 흔들렸다.

나는

붓을 든 채

물을 보았다.

물결이 가라앉자

처마가 다시 보였다.

그 사이에

해가 낮아졌다.

같은 붉은빛이

아니었다.

해가 더 내려가기 전에

붓을 씻고

새로 색을 묻혔다.

물속의 지붕에

그 붉은빛을

조금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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